바둑을 둘 때 조심해야 할 것은 너무 경직된 사고방식을 갖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둑은 일방적이라는 것이 없습니다. 어떤 접전에서 실리를 취했으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로 세력을 허용하게 되고 반대로 세력을 차지하게 되면 상대에게 실리를 내 주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것입니다. 세력도 실리도 모두 차지하겠다는 발상이야말로 패가망신하는 지름길인 것입니다. 바둑은 항상 양면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상기하고서 장면도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백이 1로 저공비행한 장면입니다. 흑은 공격을 통해 상변에서 우변에 이르는 곳에 큰 집을 건설하겠다는 뜻을 품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상대방이 이처럼 저공비행해서 두어 오면 당황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흑은 의도했던대로 집을 짓지 못하는 대신에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구하면 충분하다는 발상이 중요합니다.
1도(머리 속에 그려둔 진행)
장면도는 백1로 걸치고 이하 흑4까지 진행되었을 때 백이 2선으로 저공비행해서 발생된 형태입니다. 흑4 때 백이 5로 한칸 벌리면 보통의 진행입니다. 흑은 6으로 입구자해서 예정된 작전을 펼칠 수 있습니다.
2도(사고의 중요성)
백1로 저공비행했을 때 흑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응수를 해야 할까요? 보통 이 경우 하수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A 방면으로의 진출을 저지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경직된 사고가 바둑을 망치는 원인이 되곤 합니다.
3도(전형적인 악수 교환)
진출을 저지하기 위해 고려할 수 있는 수단은 흑1의 붙임. 백2, 4 때 흑5로 단수친 후 7로 호구치면 의도했던 대로 백의 진출을 저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야말로 하수들이 범하기 쉬운 전형적인 악수입니다. 백이 안정을 취하고 나면 이제 A의 약점이 크게 부각됩니다. 흑으로선 한가지를 얻었지만 두가지를 잃은 격입니다.
4도(직접적인 부딪힘)
이번엔 직접 1로 부딪혀서 진출을 저지하는 수단입니다. 계속해서 백이 2로 치받은 후 4에 젖힌다면 이것이야말로 흑으로선 대환영하는 진행입니다. 백4 때 흑5로 이단젖히면 흑이 절대적으로 우세한 결말입니다. 그러나 상수는 절대 이렇게 두어주지 않습니다.
5도(백의 변신)
흑1로 붙이면 백은 당연히 2로 젖혀서 둘 것입니다. 흑은 3으로 끊은 후 5?7로 호구쳐서 백 두점에 대한 공격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선수를 취한 백이 10으로 침입하면 이 역시 흑으로선 소탐대실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6도(올바른 응수법)
이 경우 흑은 1처럼 치받아서 두는 것이 좋습니다. 백2로 뻗는다면 그때 흑3으로 막는 것이 올바른 수순. 계속해서 백4로 붙였을 때의 응수가 또한 중요합니다. 흑은 5에 잇는 것이 올바른 응수법. 이 수로 A의 차단을 고집하는 것은 백5로 끊겨서 매우 좋지 않습니다. 이후 백이 A에 넘는 것이 마음에 걸리지만 백은 근거없이 1선으로 넘는 모습이라 전혀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
7도(집을 지키면서 공격)
전도에 계속해서 백이 1로 입구자해서 근거를 갖춘다면 흑2로 내려서는 것이 귀의 뒷맛을 없애는 호착입니다. 흑은 공격을 하면서 귀의 실리를 크게 지켰다는 것이 큰 소득입니다. 뿐만 아니라 여전히 백 전체는 미생마 신세. 바둑은 여기서 끝이 났다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백이 좋지 않은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8도(통렬한 수순)
백1로 날일자해서 모양을 넓힌다면 흑2로 찌른 후 백3 때 흑4로 치중하는 통렬한 수순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A와 B가 맞보기가 되어서는 백으로선 버티기 힘든 형태가 되었습니다.
9도(또 다른 강수)
흑은 1로 입구자한 후 백2 때 흑3으로 젖히는 강수도 가능합니다. 백4로 끊는다면 흑5로 단수친 후 7로 넘어서 백은 양곤마 신세가 되었습니다. 흑은 귀의 뒷맛을 없애면서 백을 양곤마로 만들어서 대만족. 결국 백△로 저공비행한 수가 매우 좋지 않았다는 결론입니다. 이와 같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너무 집에 연연하지 않고 공격적인 자세를 취했기 때문입니다.
다음 강의 시간엔 ‘상수의 대마, 꼭 잡아야만 제맛이 아니다’ 라는 주제로 공부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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