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수 접대법

상수, 겁없이(?) 두점머리를 두드리다

바둑을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격언이나 금언이 많이 있습니다 .

날일자는 건너붙여라, 모자는 날일자로 벗어라, 중앙으로 한칸뜀에 악수 없다, 호구되는 곳이 급소, 쌍립의 곳이 급소 등등이죠.
물론 두점머리에 관한 격언도 있습니다.
'두점머리는 두드려라!’ 두점머리를 두드리는 기분은 그야말로 통쾌하지 그지 없습니다.
두점머리뿐 아니라 석점머리, 넉점머리도 당하는 쪽에서는 바둑을 두기가 싫어질 정도입니다.
그런데 바둑격언은 기본적인 지침일 뿐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특히 두점머리를 두드리라는 것을 오해해 두점머리만 보면 덮어 놓고 두드리려고 하는 분을 흔히 봅니다.

이번 주의 테마는 두점머리를 마구 두드리는 것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것입니다.
두점머리, 아무쪼록 조심해서 두드립시오.

장면도

석점 접바둑입니다.
우하귀쪽을 주목해 주십시오.
흑1로 걸치자 백은 2로 한칸협공했습니다.
거기서 흑3의 3·三침입은 가장 간명한 선택입니다. 백4와 흑5는 모두 당연한 한수인데, 여기서 백6으로 두점머리를 두드려 왔습니다.
상수는 백6의 수가 무리임을 알면서도 하수를 상대로‘나는 격언대로 두었을 뿐이야’하며 태연한 모습을 가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 하수로서는 상수를 혼내줄 절호의 순간입니다. 과연 어떤 수순을 밟아야 할까요?

1도(본래 백1이 정수)

본래 장면도의 백1로는 본도 1에 뻗는 것이 정수입니다.
그러면 흑은 2에서 4로 젖혀잇고 6에 뛰게 되며, 이것이 화점·날일자걸침·한칸협공의 기본정석입니다.
이 다음 백7로 걸치고 이하 11까지의 진행을 예상할 수 있겠습니다.

2도(나약한 태도)

백1로 두점머리를 두드려 왔을 때 흑2로 아래쪽에서 응수하는 것은 무리수에 굴복한 나약한 태도입니다. 9까지의 결과가 흑쪽에서 볼 때 1도의 기본정석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분은 설마 없겠죠.
단언하건대 이런 식으로 두어서는 기력 향상은 바랄 수 없습니다.

3도(유력한 응징책1)

백1에 대해서 흑은 두 가지의 유력한 응징책이 있습니다.
그 하나는 흑2·4로 젖혀잇고 6으로 껴붙이는 수단입니다. 백이 7로 이어 물러선다면 흑8로 건너 대만족입니다.
결과적으로 기본정석 다음 백이 1과 흑8의 악수교환을 한 셈이니까요.

4도(우하귀가 크게 들어간다)

백은 1로 반발해 올 것입니다. 흑2는 이 한수.
문제는 백3으로 기어나올 때 어떻게 대응하느냐입니다. 여기서 흑4로 뻗는 것은 경솔합니다. 백5 다음 흑6으로 늘 수밖에 없는데 계속 백7로 나오면 막을 수가 없습니다.
이하 11까지 우하귀가 이렇게 크게 들어가서는 흑이 좋다고 볼 수 없겠죠.

5도(흑1, 재미있는 수법)

전도 흑4로는 본도 1에 막아 건너자고 하는 것이 재미있는 수법입니다. 백2를 기다려 비로소 흑3에 잇는 것이 이른바 수순이죠.
백4에 흑5를 선수하고 7에 젖혀서 백8을 강요한 다음 흑9로 건너면서 단수하는 것이 멋집니다.
13까지 흑이 불리한 싸움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6도(유력한 응징책2)

4도가 다소 복잡하기는 해도 강력한 수법이라면, 본도에서 제시하는 응징책은 간명한 그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흑1로 가만히 내려서는 수도 매우 유력합니다. 백2로 차단을 고집한다면 그때 흑3의 끊음이 통렬합니다. 5 다음 백A는 흑B로 그만임을 확인하십시오.

7도(권장할 만한 대응책)

그렇다고 백이 전도 4로 본도 1에 단수하고 3으로 호구쳐서 이쪽 흑 한점을 제압하면 흑까지 흑도 백 한점을 품에 안아 충분합니다.
6도나 7도의 결과는 두점머리를 두드린 백의 무리를 보기좋게 응징하고 있습니다. 수순도 간단하므로 흑쪽의 대응책으로 권장할 만합니다.

8도(백의 고전)

흑1 때 백은 2쪽을 이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흑3으로 건너는 것이 준비된 한수. 이 다음 보통은 백4·6으로 봉쇄하는 것이 정형입니다만, 이 경우 흑7로 젖혀나가는 강수가 성립합니다.
왜냐하면 9 다음 백A의 축이 흑쪽에 유리하니까요. 이것은 백의 고전이 불을 보듯 빤합니다.

9도(준엄한 반격?)

흑1로 끊는 것은 어떨까요? 아주 준엄한 반격 같지 않습니까?
만약 백이 2로 내려선다면 흑3·5의 수단이 성립하므로 흑이 만족스럽습니다.
이하 12까지 된다면 부분적으로도 훌륭하며, 좌하쪽과 어우러져 하변이 이상적인 모습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흑의 일방적인 수읽기입니다.

10도(상수의 주문)

흑1에 대해서 백은 2·4로 젖혀잇고 버텨올 것입니다.
그러면 흑5쪽에서 몰고 귀를 살려야 하므로 중앙쪽 처리와 맞물려 바빠집니다.
12까지 되어 흑이 못 싸울 것은 없지만 상수의 주문에 말려든 인상이 짙습니다.
권장하고 싶지 않은 그림입니다.

　다음 강의 시간엔 ‘상수의 강압적인 봉쇄를 분쇄하자!’ 라는 주제로 공부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