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수 접대법

하수의 붙여뻗음, 상수의 나가끊음(1)

바둑의 기초를 다지고 나서 얼마 안있어 익히는 정석 가운데 하나가 ‘화점·날일자걸침에 붙여뻗음’입니다. ‘화점·날일자걸침에 날일자응수’와 더불어 가장 많이 쓰이는 양대 기본정석이죠.

이 붙여뻗음은 치석이 많은 접바둑에서는, 상대방의 날일자걸침에 대해 곧바로 응수해 출현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반면 석점 이하의 접바둑에서는, 상대방의 걸침에 대해 손을 빼거나 협공을 했을 때 필연적으로 양걸침을 허용해 거기서 등장하는 경우가 보통입니다.

이 붙여뻗음의 목적은 복잡한 변화를 피해 알기 쉬운 길로 가겠다는 데 있습니다.

상수의 입장에서 볼 때 하수가 이 붙여뻗음을 즐겨 쓴다면 재미가 별로 없습니다. 그 만큼 단순해지니까요. 그러나 이 붙여뻗음에 대해서 상수에게는 비장의 무기가 있습니다. 바로 나가끊음입니다. 이 나가끊음을 당해 망해 보지 않은 하수는 아마도 없을 것입니다.

이 나가끊음의 대응책을 마스터하기 위한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계속되는 석점 접바둑의 장면입니다.

우상귀에 눈길을 돌려 주십시오.

화점 양걸침정석의 변화입니다. 양걸침이라고 하면, 흑의 화점에 백이 양쪽에서 날일자걸침한 경우가 대부분(백의 화점에 흑이 양쪽에서 날일자걸침한 것도 똑같습니다)입니다.
그렇지만 여기서는 한쪽은 날일자로, 다른 한쪽은 두칸높게 걸치고 있는 점이 좀 특이하다고 할 수 있겠죠.
흑의 붙여뻗음에 백은 예정(?)대로 1에서 3의 나가끊음!
상수는 애초부터 이 수단을 쓰려고 작정했던 것입니다.
다소는 무리한 주문인 느낌이지만, 흑이 잘못 응수하면 백은 망외의 전과를 올릴 수 있습니다.

1도(흑2로 물러서면 안된다)

백1로 나왔을 때 흑2로 물러서는 것은 겁먹은 모습입니다.
백3으로 계속 뚫고나오면 4로 치받고 6에 젖히는 정도인데, 이것은 넉점머리를 스스로 얻어맞는 모습이니 좋을 리 없겠죠.
백7의 이단젖힘이 강수.
흑▲ 두점이 완전히 썩어 버렸고, 백에게 막강한 세력을 허용해서는 망한 결과입니다.
따라서 장면도 흑2는 절대의 한수였습니다.

2도(흑1·3, 소극적인 태도)

흑1쪽에서 단수하고 3에 내려서서 귀의 안정을 도모하는 것은 소극적인 태도입니다.
맞서 싸워야 할 장면에서 꼬리를 내리는 격이니, 상수는 회심의 미소를 짓겠죠.
백4로 지키고 보면, 다음 흑▲ 석점의 처리가 문제가 됩니다.
 버리자니 아깝고, 달아나자니 무겁습니다.
이것은 애초에 붙여뻗은 의도와 어긋난 결과입니다.

3도(못싸울 것은 없지만)

흑1로 끊어 강력하게 나가면 어떻게 될까요?

이것도 못싸울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좀 복잡해지는 만큼 백의 주문인 느낌입니다.

백2로 단수하고 4에 젖히고 6에 기어나가는 것이 이른바 수순.
그리고 8까지 응수해 올 것입니다.
다음 흑의 한수가 중요한데, 덥썩 9로 호구치다가는 백10을 불러 곤경에 빠집니다.

4도(매우 골치가 아프다)

전도 흑9로는 본도 1로 단수하고 3에 늘어서는 것이 최선입니다.
 특히 이 3의 수를 잘 기억해 두십시오. 이로써 귀는 아무 걱정이 없습니다.
그러나 백은 4·6으로 무식하게 밀어서 선수해 놓고, 8로 코붙여 흑을 교란해 올 것입니다.
이것은 보기만 해도 매우 골치가 아픕니다.
권하고 싶지 않은 그림이군요.

5도(귀의 뒷맛이 나쁘다)

전도 흑3으로 본도 1에 두기 십상인데, 그것은 뒷맛이 나빠 좋지 않습니다.
백2는 앞서 나온 맥점이며 흑은 3에서 5로 응수하는 정도인데 백은 6으로 건너서 만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다음 백은 A, 흑B, 백C로 귀의 삶을 위협하는 수를 노리게 됩니다.
이것이 나쁜 뒷맛이죠. 또 백2로는 D에 밀어 전도처럼 둘 수도 있으니, 흑은 편한 길이 아닙니다.

6도(귀의 실리가 너무 크다)

흑1쪽에서 단수하는 것이 옳은 방향입니다. 백2에 흑3으로 나가는 것은 예정된 행동.
단, 백4의 마늘모(맥점 같지만 엉터리수!) 때 흑5로 내려서는 것은 의문입니다.

백6의 젖힘을 불러 흑 두점이 움직일 수 없게 됩니다.
흑은 우변을 돌파했지만 귀의 실리를 너무 크게 허용해 수지가 맞지 않습니다.

7도(흑1, 최선·최강의 수)

전도 흑5로는 본도 1쪽을 먼저 내려서는 것이 최선·최강의 수.
백2의 수비를 강요하고 나서 비로소 흑3으로 내려서는 것이 수순입니다.
귀쪽의 수상전은 백이 도저히 이길 수 없습니다. 가령 백4면 흑5·7로 그만이죠.
4로 7의 곳에 뛴다면 흑은 6에 몰고 백5 때 흑4로 끼워서 역시 수상전은 흑의 승리입니다.

8도(흑8이 중요한 한수)

그러므로 6도 백4로는 본도 1에 빠지는 한수입니다.
역시 흑은 2의 내려섬을 선수하는 것이 요령이죠. 다음 흑4에 막아 버려서 좋습니다.
주의할 것은 백5·7 때인데, 여기서 손을 돌려 흑8로 호구쳐 백△ 한점을 무력화시켜야 함을 꼭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
만약 8로 A에 받았다가는 백B를 불러 큰일이 납니다.

9도(흑, 대책이 없다)

증명해 보겠습니다.
무심코 손따라 흑1에 두면 백2로 끊겨 대책이 없는 것입니다.
흑3으로 하나 몰아보겠지만 백4로 이은 다음 A와 B가 맞보기가 되지 않습니까?
이것은 흑이 쫄딱 망한 꼴입니다.
백이 기대하고 있는 것은 필시 이 그림일 것입니다. 백으로서는 망외의 전과인 셈이죠.

10도(흑, 대성공을 거두다)

8도에 이어서 백은 1로 한점을 단수할 수밖에 없겠죠.
그러나 이것으로 귀의 흑이 잡힌 것은 아닙니다.
흑2의 끼움이 절묘한 맥점입니다.
백3에 흑4로 양단수하고 이하 9까지 귀는 빅의 양상입니다.
흑10까지 흑의 대성공! 상수의 나와끊음을 보기좋게 퇴치했습니다.

다음 강의 시간엔 ‘하수의 붙여뻗음, 상수의 나가끊음(2)’라는 주제로 공부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