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수 접대법

13. 하수의 붙여뻗음, 상수의 나가끊음(3)

바둑의 기초를 다지고 나서 얼마 안있어 익히는 정석 가운데 하나가 ‘화점·날일자걸침에 붙여뻗음’입니다. ‘화점·날일자걸침에 날일자응수’와 더불어 가장 많이 쓰이는 양대 기본정석이죠. 

이 붙여뻗음은 치석이 많은 접바둑에서는, 상대방의 날일자걸침에 대해 곧바로 응수해 출현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반면 석점 이하의 접바둑에서는, 상대방의 걸침에 대해 손을 빼거나 협공을 했을 때 필연적으로 양걸침을 허용해 거기서 등장하는 경우가 보통입니다. 

이 붙여뻗음의 목적은 복잡한 변화를 피해 알기 쉬운 길로 가겠다는 데 있습니다. 상수의 입장에서 볼 때 하수가 이 붙여뻗음을 즐겨 쓴다면 재미가 별로 없습니다. 그 만큼 단순해지니까요. 그러나 이 붙여뻗음에 대해서 상수에게는 비장의 무기가 있습니다. 바로 나가끊음입니다. 이 나가끊음을 당해 망해 보지 않은 하수는 아마도 없을 것입니다. 이 나가끊음의 대응책을 마스터하기 위한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이번 강의는 그 완결편입니다.

장면도

이번에는 넉점 접바둑입니다. 좌하귀를 주목해 주십시오. 나가끊음의 기본수법으로, 양걸침이 아니고 화점·날일자걸침에 붙여뻗음 이후 즉각 백이 1로 나오고 3으로 끊은 장면입니다. 

양걸침의 경우와 달리 흑에게는 여유가 있습니다. 그러나 욕심을 부린다거나 움츠러들면 백의 의도에 휘말릴 우려가 있습니다. 

앞서의 강의에서 배운 바를 응용한다면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복습한다는 기분으로 또 정리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대응책을 궁리해 보시기 바랍니다.

1도 (흑1, 침착한 응수) 

흑1로 내려서는 것이 침착한 응수입니다. 

A의 곳 끊는 수를 보고 있음은 물론입니다. 이에 대해 백2로 지키는 것은 정수입니다. 그러면 흑3쪽에서 단수하고 5로 막아 백을 삼킬 기세로 나갑니다. 

이것으로 백은 대책이 없게 됩니다. 이 다음―

2도 (백의 주문/단, 백12는 나쁘다) 

귀쪽에서 흑1로 받는 것은 위험천만인 수로, 백의 주문입니다. 백2, 흑3 때 백4로 끊겨 무사하기는 어렵습니다. 

흑5·7은 최강수이지만 백도 8에 젖히는 맥점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흑9·11 다음 백12·14의 축이 흑에게 유리하므로 백이 망했다고 속단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것은 백12가 나빴기 때문입니다.

3도 (백1에 씌우는 수가 멋지다) 

전도 백12로는 본도 1에 씌우는 수가 멋집니다. 축이 유리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흑으로서는 불의의 일격이겠죠. 

흑2를 강요해서 자연스럽게 백3·5로 타개합니다. 흑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었습니다. 

흑4로 A에 잇는 것은 백4, 흑B, 백C로 잡히므로 얘기가 안됩니다. 

그러므로 흑은―

4도 (수상전은 흑의 승리) 

거슬러올라가 백△에 대해 1로 내려서는 한 수 밖에 없습니다. 

백2로 뛰면 흑3으로 하나 단수해 백4로 잇게 하고 흑5·7로 끼워 잇는 간단한 수단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러면 수상전은 어떻게 변해도 흑승입니다. 

예를 들어 다음에 백이 A에 이으면 흑B로 먹여치고 백C에 흑D로 내려서서 그만입니다.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5도 (유가무가로 흑이 이긴다) 

흑이 ▲로 따라 막았을 때 백1로 내려선다면 흑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역시 흑2쪽을 막는 것이 좋습니다. 백3으로 뛰면 흑4로 붙여서 아무 탈이 없습니다. 백5에 흑6은 중요한 수. 

이로써 유가무가가 되어 수상전은 흑이 이깁니다. 10까지는 그것을 증명하는 수순입니다.

6도 (외세 막강! 바둑은 흑의 대승) 

흑▲로 내려섰을 때 백1은 최강의 응수이지만 흑이 잘 응전하면 백은 재기할 수 없는 상황으로 곤두박질칩니다. 

흑2로 단수하고 4마저 선수한 다음 6에 끊는 것이 좋은 수입니다. 백은 이 넉점을 죽일 수가 없으므로 7 이하로 길 수밖에 없습니다. 

22까지 막강한 외세를 얻어서는 바둑은 흑의 대승이겠죠. 20으로는 견실하게 A로 백 한점을 잡을 수도 있습니다.

7도 (흑이 불리한 결과/백의 주문) 

또 하나의 관문이 남아 있습니다. 나가끊기 전에 백1, 흑2를 교환하는 수단입니다. 흑이 내려서면 백이 잘 안되므로 그 수를 없애자는 뜻입니다. 

흑6은 간명한 대응 같지만 백7이 이음이 호수여서 오히려 이상해집니다. 흑8 이하 12면 안전하지만 가운데 흑 석점은 이대로 잡혀 버릴 것 같습니다. 

이 그림은 흑이 불리한 결과로 백의 주문입니다.

8도 (흑, 무리한 공격으로 걸려들다) 

전도 흑8로 본도 1·3이 강력하게 보이지만 실은 무리수입니다. 

상수는 ‘걸려들었군’하면서 백4·6으로 죄어붙이고 8·10으로 젖혀 이을 것입니다. 흑11의 보강은 절대이니 백12·14로 이번에는 귀쪽을 젖혀 이을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수상전은 흑의 패배입니다. 다음 흑A로 치중해 봤자 백B에 막혀 그만입니다.

9도 (최강이자 최선의 대응책) 

7도 흑6으로는 본도 1에 끊는 것이 최강이자 최선의 대응책입니다. 

백2·4가 어쩔 수 없을 때 흑5·7로 한점을 잘라먹는 것이 알기 쉽습니다. 백8을 기다려 흑9로 백 한점을 제압해 흑이 유리한 갈림입니다. 

수순 중 백2로 5의 곳에 잇는 변화구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흑A로 모는 수가 준비되어 있으니까요. 

다음 2와 9의 곳이 맞보기가 되어 백의 낭패가 아닙니까.

10도 (백1은 두렵지 않다) 

전도 백8로 본도 1에 내려서는 수는 두렵지 않습니다. 

흑2·4로 늘어 일단 백을 저위로 굴복시키는 것이 기분 좋습니다. 백3·5를 강요해 흑6에 막아 두는 것이 긴요. 

계속해서 백7에 흑8로 두점을 공략해, 이 싸움은 백이 괴롭습니다. 흑16까지 백을 살려 주더라도 세력을 얻어 충분합니다.

다음 강의 시간엔 ‘하수의 붙여뻗음, 상수의 변칙마늘모’라는 주제로 공부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