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의 기초를 다지고 나서 얼마 안있어 익히는 정석 가운데 하나가 ‘화점·날일자걸침에 붙여뻗음’입니다. ‘화점·날일자걸침에 날일자응수’와 더불어 가장 많이 쓰이는 양대 기본정석이죠.
이 붙여뻗음은 치석이 많은 접바둑에서는, 상대방의 날일자걸침에 대해 곧바로 응수해 출현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반면 석점 이하의 접바둑에서는, 상대방의 걸침에 대해 손을 빼거나 협공을 했을 때 필연적으로 양걸침을 허용해 거기서 등장하는 경우가 보통입니다. 이 붙여뻗음의 목적은 복잡한 변화를 피해 알기 쉬운 길로 가겠다는 데 있습니다. 상수의 입장에서 볼 때 하수가 이 붙여뻗음을 즐겨 쓴다면 재미가 별로 없습니다. 그 만큼 단순해지니까요.
이 붙여뻗음에 대한 상수의 비장의 무기는 나가끊음 만이 아닙니다. 변칙적인 마늘모도 있고 붙임수를 비롯한 현혹수단 등이 있습니다. 이런 상수의 각종 변화구를 당해 혼나보지 않은 하수는 없겠죠. 이번 강의는 변칙마늘모의 대응책입니다.
장면도
지난 강의에 이어 역시 넉점 접바둑입니다. 초점은 좌하귀 입니다.
흑의 화점에 백의 날일자걸침, 거기서 흑의 붙여뻗음 입니다. 그러자 백은 나가끊음이 여의치 않다고 보고, 1의 변칙적인 마늘모를 들고나왔습니다.
이른바 2선의 마늘모인데, 초반에는 잘 두어지지 않는 수입니다. 그러나 백은 뭔가를 획책하고 있음에 틀림없습니다.
본래 1로는 A쪽의 높은 마늘모가 정수입니다. 어려운 변화는 없지만 흑이 잘못 응수하면 백1이 호수가 되는 만큼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1도 (백1의 마늘모가 정석의 코스)
애초에 백은 1쪽으로 마늘모하는 것이 정석의 코스입니다.
흑2의 수비는 이것이 틀이며 백3에 흑4도 중요한 수입니다. 흑10까지가 기본 정석인데 특히 이 10의 젖힘이 절대에 가까운 한수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기억력이 좋은 독자라면 ‘아, 백A의 껴붙임을 방어하고 있는 수였지’하고 깨달을 것입니다.
2도 (귀의 허점을 선수로 커버한다)
전도 흑10으로는 본도 1에 붙이는 묘한 수가 있습니다.
백2로 단수해 온다면 흑3으로 이어서, 이제는 백A의 껴붙임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요컨대 흑은 귀의 허점을 선수로 커버하며 아울러 백을 공격하고자 하는 의도인 것입니다.
백4 이하 흑11까지 되면 흑의 자세가 아주 훌륭하지 않습니까? 백은 일방적으로 쫒기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3도 (백1의 붙임은 성립하지 않는다)
전도 다음 백1로 붙이는 수가 성립하지 않음을 증명합니다.
흑2로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 자랑. 백3에 흑4의 배붙임이 맥점이어서, 백은 A에 끊을 틈이 없습니다. 백5에는 흑6으로 막아서 그만이죠. 다만 백7의 젖힘에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흑8의 응수를 꼭 기억해 두십시오. 8로 무심코 B에 늦췄다가는 백C를 불러 낭패를 봅니다.
4도 (백1이 오면 흑은 살길이 없다)
그러나 본도와 같이 백에게 둘러싸여 출구가 없을 경우에는 사태가 좀 다릅니다.
이런 상황에서 손을 빼었다가는 큰일이 납니다. 백의 붙임은 겁나지 않지만 또 다른 수가 있어 사활이 문제됩니다.
백1의 치중이 통렬한 급소 일격으로 흑은 살길이 없는 것이죠. 이하 13까지는 하나의 예.
5도(제일감이지만 백의 주문)
이제야 본론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백1에 대해 흑2의 붙임이 제일감으로 떠오른 분도 있을 것입니다. 언뜻 그럴 듯해 보이지만 이 수야말로 백의 주문입니다.
백3의 끼움이 준비된 호수. 7까지 흑은 돌의 효율이 크게 떨어진 모습입니다.
7로는 배석에 따라 A 등에 둘 수도 있겠죠.
6도(백1의 어깨짚음이 경묘한 행마)
흑1은 다음 백이 A에 마늘모하면 흑3으로 찝어 정석으로 환원되지 않느냐 하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흑2가 좋은 수. 상수가 그렇게 호락호락할 리가 없습니다. 흑4로 막아 귀의 실리를 소중히 하면 백5·7로 끊어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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